경쟁작

Competition







시놉시스


36년 전, 수현은 재독 여신도회 수련회에서 인선을 처음 만나 꽃을 선물한다. 한인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아 수현을 선택한다. 20대 때 언어도 통하지 않던 낯선 나라인 독일에 와서 간호사로 일했던 둘은 어느새 70대가 되었다. 베를린에서 같이 사는 두 사람은 30년 동안 인생의 동고동락을 함께 했다. 수현과 인선은 자신들과 같은 이방인을 위해 연대하고, 서로를 돌본다. 경계를 넘어온 둘의 사랑 이야기 두 사람.


연출의도


노년의 레즈비언 가시화

2007년 한국 정부에서는 성적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기독교 세력의 강 력한 반대로 좌절된다. 이후 보수 기독교 세력의 조직적인 활동으로 2021년 현재까지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퀴어문화축제 옆에서는 매년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린다. 한국에서는 특히나 나이 든 레즈비언이 비가시화되어있다.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으니, 없는 존재처럼 존재가 지워진다. 마치 독일의 꽃집, 식당, 아시아 슈퍼에서 볼 수 있는 동양인이 미디어에는 드물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둘은 독일에서 산 세월이 한국에서 산 세월의 배가 넘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받는다.

 

소수자에게 내미는 연대의 영화

이 영화는 그렇기 때문에 레즈비언과 다른 주변화된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 세상과 마주하는 영화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롤모델이 없고, 나이 든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10대부터 30대에겐 이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고, 40대부터 80대에겐 지금도 당신 같은 사람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우리 여기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인생은 책을 덮듯이 갑자기 뚝 끊어지는 게 아니라 일기를 쓰고, 페이지를 넘기듯이 하루하루 넘기며 그렇게 계속된다고.


BHIFF NOTE


영화는 이수현과 김인선, 두 사람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러브스토리를 담는다. 독일 베를린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오래 함께 산 부부가 그렇듯 같이 밥을 먹고 집안일을 나눠하고 함께 나들이를 하고 서로의 건강을 챙기며 각자의 일상을 나누며 살아간다. 수현은 요리를 잘하고 교회에서 음식 봉사를 하고 이웃과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상처를 치료해주곤 한다. 인선은 이종문화 간의 호스피스 일을 강의하고 상담하며 자신에 관한 글을 쓴다. 오랜 관계에서 오는 편안하고도 안정적인 이들은 여전히 서로 높임말을 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아낀다. 두 사람의 이런 평범한 러브스토리가 특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평범함때문이다. 영화는 다방면으로 평범함의 특별함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특별한 평범' 중 하나는 이들이 레즈비언 커플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동성 간의 사랑과 결혼이 문제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두 여성의 사랑이 평범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영화는 감독이 한 평범한 사진을 보면서 출발한다. 수현과 인선 두 사람이 베를린 추모비 앞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모습에 눈이 가 직접 만나 일상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두 사람에게도 오늘이 있기까지 당연하게도 과거사가 존재한다. 영화는 이들의 과거사를 특별하게도 혹은 상처로 들추지 않고 현재 이들을 구성하는 삶의 요인으로 시대사와 개인사를 엮는다.

 

70년대 한국에서 많은 젊은 여성들이 독일로 건너가 간호원 혹은 간호 보조사로 일을 하였고, 이들은 그 많은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영화는 한국사에서 거기까지 언급하고 말았지만, 독일로 건너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독일의 정책 변경으로 외국인 간호사를 다시 돌려보내기로 하고, 이때 파독 간호사들은 집단 투쟁으로 체류권을 획득한다. 역시 그들 중 이들이 있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파독 간호사들은 그렇게 타국으로 떠나 생존권과 체류권을 투쟁으로 획득해서 지금까지 독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수현과 인선은 86년 재독 여신도회 수련회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만난 것이다. 이처럼 모험가이자 투쟁가이자 또 로맨티스트이기도 한 이들을 영화는 크고 대단하게 다루기보다 짧고도 간결하게 개인사에 녹아 있는 시대사로 담는다. 역사와 개인을 씨줄과 날줄로 엮되 지난하지 않다.


특별한 평범 중, 또 하나는 두 사람의 나이이다. 우리 사회에서 레즈비언은 물론 나이 든 레즈비언은 비가시화된 존재이다. 성 소수자 중에서도 주변부로, 거기에 나이 든 레즈비언은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있지만 없는 존재 취급을 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가만히 담는다. 우리 속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우리의 일부로 수현과 인선을 담는다. 그럼에도 수현과 인선은 사진처럼 손을 잡는다거나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을 자제하며 조용히살고자 노력한다. 평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던 거다. 영화는 이들의 잔잔하고도 고요한 평범 이면에 일렁이는 요동을 포착한다. 인선이 한국 방문 때 언론의 주목을 받자 수현의 한국 가족이 이를 보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 수현은 그 시선에 익숙하면서도 마음이 쓰이고 상처를 받고 그러면서 또 견뎌낸다. 그동안 말없이 감내한 시선들이 얼마나 많을지는 미루어 짐작하기 힘들 터다. 두 사람의 일상에 동성애 집회뿐 아니라 독일 거주 다른 이방인들과 연대하고 참석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포함되어있는 이유이다.

 

영화는 나이 듦과 동성애, 동성애와 교회, 디아스포라와 나이 듦의 서사를 다층적으로 포개놓은 결이 많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두 여성이나 두 할머니가 아니라 두 사람이란 포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제목을 취할 터다. 영화는 우리 스스로가 되뇌곤 하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예시이자 안도의 답을 해주는 듯하다. _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