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대상_팀 데이스타 <노을이 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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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합천의 황홀한 핑크뮬리밭. 붉게 물든 노을 속에서 꽃들을 어루만지며 걷는 **명화(63)**는 치매로 인해 현실과 과거를 오간다. 기억의 미로 속에서 그녀에게 유일한 이정표는 바로 남편 광춘(73). "아빠"라 불릴 만큼 명화에게 전부가 된 그는, 혼란 속에서도 단 한 번도 그녀의 손을 놓지 않는다.
어느 가을, 해인사로 향하던 길. 명화는 투닥거리는 젊은 부부의 사랑스러운 풍경을 보던 중, 아내 지연의 머리에 꽂힌 붉은 머리핀을 발견한다. 순간, 명화의 눈빛은 텅 빈 것처럼 변하고, 기억의 조각들이 뒤섞인다. "또 혼자만 먹었지!" 오래전 언니 미화를 향해 외쳤던 질투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명화는 지연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챈다. 당황한 광춘은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주머니 속 닳고 닳은 알록달록한 사탕을 꺼내 명화의 손에 쥐여준다. 그 익숙하고 따뜻한 손길에, 명화의 혼란은 잦아들고 그녀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활기찬 전통시장에서 잠시 광춘의 손을 놓친 명화는 홀로 혼란스러운 인파 속을 헤매다, 문득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1970년대 합천 영화 세트장. 스무 살의 명화는 언니 미화와 함께 간 첫 맞선 자리에서, 촌스럽지만 푸근했던 광춘을 만난다. 어색한 공기를 깨뜨리며 광춘이 내밀었던 알록달록한 사탕들. 그리고 수줍게 건넨 "이미숙보다 훨씬 예쁘다"는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말 한마디에, 명화의 뺨에는 풋풋한 미소가 번진다. 그때의 찬란했던 기억들이 노을처럼 가슴에 물들어 온다.
"여보!" 애틋하게 명화를 부르는 광춘의 목소리가 몽환 같던 시간을 깨운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명화를 품에 안고 조심스레 깨우는 광춘. 그가 건네는 사탕을 받아먹는 명화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광춘은 그저 조용히 미소 짓는다. 그 옅은 미소 속에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오직 명화만을 향해 깊어진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시 평온한 핑크뮬리밭. 붉게 물든 노을 아래 두 사람은 나란히 손을 잡고 서 있다. 광춘은 명화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두 손으로 감싸 안는다. 그들의 시선 너머로, 핑크뮬리를 수놓았던 붉은 노을 빛처럼 찬란했던 젊은 시절의 모습이 아련하게 겹쳐진다. 두 사람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노을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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